남해안 비경 코스 5선
남해는 융합이다. 서해와 동해의 장점만을 모았다고 할까. 섬 하나 없이 일목요연한 동해안은 장쾌하지만 단조롭고, 서해안은 간간이 섬을 끼고 있지만 얕고 탁하다. 그렇다면 남해는? 동해의 장쾌함과 서해의 나른한 미감을 함께 갖추고 있다. 이런 남해안에서 특별히 아름답고 가볼만한 해안길 다섯 곳을 소개한다. 드라이브는 물론 자전거 라이딩 코스로도 좋다. 글・사진 김병훈(여행칼럼니스트)
해남 땅끝 일주
서해와 남해의 접점, 산과 바다에 감도는 남국의 풍모
•코스 : 해남읍~화산면~77번 국도~땅끝~북일면~827번 지방도~해남읍. 약 100km
땅끝이 속한 해남(海南)은 남해의 변주곡이다. 글자만 거꾸로 읽으면 그냥 남해다. 남쪽 먼 바닷가의 땅, 땅끝으로 가는 길은 그래서 정서적으로 더 아득하고 다도해 이미지까지 덧붙여서 가는 마음을 더욱 부풀게 한다.
여정은 해남읍을 기점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땅끝을 돌아오는 순환 코스다. 두륜산(703m)~달마산(489m)으로 이어지는 한반도 최후의 산줄기를 일주하는 길이기도 하다. 땅끝은 남해의 서쪽 끝이어서 서해와 남해를 나누는 분기점이 되기도 한다.
코스는 국내를 대표하는 바닷길 중 하나인 77번 국도를 주로 따라간다. 동해안에 7번 국도가 있다면 서해와 남해안에는 77번 국도가 달린다. 부산에서 파주까지 총연장이 1288km에 달하는 국내 최장의 국도 노선이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숫자인 7이 두 번이나 겹쳤으니 도로 번호부터 기분이 좋다. 땅끝을 돌아나가면 물빛이 바뀌면서 완연한 남해로 변한다. 땅끝에서 해남읍으로 돌아가는 동쪽 구간은 바다와 산의 입체경이 놀랍다. 달마산의 칼날 능선이 길가로 뻗어나고, 두륜산의 기기묘묘한 암봉들은 거대한 바위춤을 춘다.
강진~장흥
마량 포구를 돌아나가면 정남진이네
•코스 : 강진읍~마량면~고금도(남단 왕복)~정남진~장흥읍. 약 105km
이름만으로 그리움을 부르는 특별한 곳이 있다. 머나먼 남쪽 바다에 자리한 강진 마량(馬良)도 그런 곳 중 하나다. 제주도는 조선시대까지 말을 키우는 목마장 역할이 컸는데 제주도 말을 육지로 옮길 때 이 포구를 거쳐 간 모양이다. 지금의 지명은 조선시대의 마량포(馬梁浦)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강진읍에서 마량 가는 길은 이미 아름다운 바닷길로 이름나 있다. 강진읍을 출발한 여정은 좁고 길게 육지 속으로 파고든 강진만을 따라 남하한다. 바다 저편으로는 다산초당이 있는 만덕산(409m)에서 땅끝 방면으로 이어지는 주작산(475m)~두륜산이 장대하게 뻗어난다. 이윽고 작은 고개를 넘어서면 상록수림이 빽빽한 작은 섬 두 개가 달랑 떠 있는 그림 같은 마량 포구가 펼쳐진다. 마량까지 왔다면 고금도를 지나칠 수 없다. 길이 760m, 빨간 아치교를 이룬 고금대교 덕분에 77번 국도의 종점까지 남하할 수 있다. 고금도를 돌아나와 23번 국도를 따라 동쪽으로 향하면 곧 장흥땅이다. 장흥은 정남진(正南津)의 땅이다. 강릉 정동진과 마찬가지로 서울 광화문 정남쪽에 있어서인데 관산읍과 회진면 일대가 정남진으로 불리며, 지금은 관산읍 삼산리에 세워진 정남진 전망대가 상징이 되었다.
고흥 거금도~나로도
멀고도 빼어난 400리 바닷길
•코스 : 고흥읍~소록도~거금도 일주~발포~나로도 우주센터~포두면~고흥읍. 약 165km
가까스로 섬을 면한 고흥은 큰 땅이다. 면적이 776㎢로 서울(605㎢)보다 훨씬 넓어서 만약 섬이 되었다면 제주도 다음 가는 크기가 되었을 것이다. 해안선이 복잡하고 섬도 많아서 대단히 다채롭고 풍부한 풍광을 보여준다. 이 멀고 외진 반도가 최근에 각광받게 된 것은 나로 우주센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고흥에 나로 우주센터만 있는 것이 아니다. 거금도 같은 큰 섬과 팔영산(608m), 천등산(550m) 같은 아름다운 산, 길고 빼어난 해안선이 산과 들을 두른다. 고흥읍을 출발해 거금도를 일주하고 남해안을 따라 나로 우주센터까지 갔다가 고흥읍으로 돌아오는 여정은 장장 165km에 달한다. 특히 거금도 일주 코스가 일품이다. 아직 덜 알려져 있어서 교통량이 많지 않고 다도해와 먼 바다의 장쾌한 풍경을 함께 만끽할 수 있다. 거금도 가는 길에 거치는 작은 섬은 한센병 환자들의 애환이 깃든 소록도다. 소록대교(2008년)와 거금대교(2011년)가 차례로 개통되면서 이제 두 섬도 육지로 편입된 것이다. 거금도를 돌아나와 나로도 가는 길은 다시 그 이름도 반가운 77번 국도다. 길은 한가롭고 바다는 맑고 풍족하다. 내외 두 개의 섬으로 이뤄진 나로도는 지형이 길고 복잡하다. 우주센터를 돌아나오는 길이 40km가 넘는다.
남해도 서해안 일주
절경의 연속, 과연 이 땅 최고의 바닷길
•코스 : 남해읍~고현면~갈화리~덕월리~가천 다랭이마을~남면~대정리~남해읍. 약 65km
보통명사 남해를 감히 고유명사로 사용하는 ‘남해도’의 오만은 현장에 서는 순간 명불허전을 절감할 수밖에 없다. 그 많던 다도해의 섬들이 갑자기 남해도 남쪽에서만 홀연 사라지면서 아득한 대양의 수평선을 홀로 마주한다. 그래서 남해도 남단은 남해안 특유의 아기자기 하고 정겨운 풍경과 함께 탁 트인 장쾌함을 더해서 발군의 매력으로 치장한다. 섬의 남동쪽은 전국적인 명산 반열에 드는 금산(701m)을 위시해, 상주해수욕장 등 명소가 밀집해서 다소 번잡하다. 대신 서쪽의 서면~남면 일대는 상대적으로 한적하고 해안도로가 언덕 높직이 지나가서 내내 시원한 조망을 즐길 수 있다.
읍내를 출발해 섬내 최고봉인 망운산(786m)을 북쪽으로 돌아나가면 광양만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바다 저편으로 광양만 일대를 가득 메운 공업단지가 웅장하다. 1024번 지방도는길 자체도 멋지다. 길은 좁고 구불거려도 비탈에 차분하게 정렬한 마을과 집들마저 예쁘기 그지없다. 절경마다 자리한 펜션과 별장, 마을은 눈길을 거쳐 기어이 발길마저 붙든다. 남면(南面)으로 들어서면 바다는 더 넓어지고 대양의 수평선이 시야를 등분한다. 마을과 해변, 절벽이 어우러지는 해변은 남단의 다랭이마을에서 절정에 달한다.
삼천포~고성
여행자의 바다, 어부들의 바다
•코스 : 삼천포~77번 국도~상족암~1010번 지방도~하일면~우두포~신월리~고성읍. 약 60km
‘삼천포로 빠진다’가 주로 좋지 않은 의미로 사용되면서 삼천포시와 사천군이 통합하면서 명칭은 오히려 인구가 적은 사천으로 되었다. 하지만 지금의 삼천포는 ‘빠지고 싶은’ 동경의 항구다. 삼천포대교~창선대교를 통해 창선대교를 거쳐 남해도와 이어졌고 고성까지 비경의 해안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삼천포에서 고성 가는 길은 역시 77번 국도가 간선을 이루지만 바닷가로 나가려면 1010번 지방도를 타야 한다. 따라서 이 코스는 77번 국도를 따라 가다 1010번 지방도가 나오면 무조건 진입하면 된다. 하지만 이 길은 관광 용도라기보다 어민들이 생활 도로 측면이 크다. 바다에는 가리비 등 양식장이 즐비하고, 어구를 손보는 어민들의 손길이 언제나 바쁘다. 여전히 바다에 기대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새삼 발견한다. 처음 1010번으로 들어서서 만나는 명소는 고성공룡박물관이다. 이후 두포리를 돌아가면 비사도~읍도~연도가 징검다리처럼 가로지르는 고성만이 파고든다. 고성의 명산인 벽방산(651m)과 거류산(571m)이 저쪽으로 보이면 읍내가 멀지 않았다.
[출처: 국민건강보험 웹진 2016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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